제주 풋귤로 만든 유기농 풋귤즙
제주도에 입도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입도 후 제주도의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일을 하고 있어요. 업무는 농사를 짓는 생산자들을 돕는 것입니다. 회사는 대표적으로 감귤,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과 같은 과수와 겨울에 나는 월동무, 브로콜리, 양배추, 비트, 콜라비 등 모든 채소들을 취급해요. 제주도에서 나는 농산물에 대해 알아 갈수록 재밌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기록으로 남기려고요.
첫 번째 기록은 풋귤입니다. 풋귤이라는 열매는 생소하죠. 감귤이 익기 전 초록색의 귤을 풋귤이라고 합니다. 여름은 감귤이 열매를 맺어 커져가는 시기입니다. 오늘 감귤 잘 크고 있는지 점검을 다녀왔어요.
제주도에는 감귤밭이 많죠. 회사에서는 귤밭을 필지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감귤밭 점검을 나가는 것을 필지 점검이라고 말해요.
감귤 나무에 풋귤이 잘 열렸고, 감귤로 아주 잘 익어가고 있네요. 기존의 감귤을 생각하면 아예 다른 과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초록의 풋귤이 주황의 감귤로 변하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 찍어봤어요. 껍질에서 광이 나고 반들반들 아주 싱싱해 보입니다. 육지에서는 이런 풋귤을 볼 기회가 흔치 않아요. 제주도에서는 길가에 감귤 밭이 많기 때문에 여름에 오시면 이런 초록의 귤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귤이 너무 많이 달려서 가지를 통째로 자르시길래 샘플로 가져와봤어요. 여름에는 풋귤도 구매하여 드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매년 여름 감귤 농가들은 전체 중 일부를 풋귤로 수확해서 출하합니다.
나무에서 조금씩 풋귤을 수확하면 나무 관리도 되고, 가을 겨울에 수확하는 감귤의 품위 관리도 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맛이 궁금하죠?
그나마 제일 큰 풋귤 하나를 골랐어요. 크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손바닥 위에 올려서 사진을 찍어봤어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귤보다는 작은 크기입니다. 그럼 과육을 한번 보겠습니다.
반으로 자른 모습이에요. 약간 노란빛의 과육이 보입니다. 껍질이 초록색이라 더 노랗게 보이네요. 과육 가운데와 껍질과 과육 사이에도 그물망처럼 있는 하얀 실 같은 것을 귤락이라고 부릅니다. 섬유질인데 영양소가 많아서 함께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합니다.
풋귤을 먹어보니 굉장히 산미가 강합니다. 다시 말해 정말 신맛이에요. 레몬이 생각날 정도로 십니다. 좋게 말하면 상큼하고요. 저한테는 맛있었어요. 이런 상큼하고 신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드셔봤으면 좋겠어요. 기존의 감귤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풋귤을 먹으니 시중에 풋귤로 된 제품이 생각났습니다.
한살림에서 파는 유기농 풋귤즙입니다. 제주 풋귤을 그대로 착즙 하여 이렇게 풋귤즙으로 만든다고 하네요. 우리 생산자분들이 수확한 풋귤로 만든 풋귤즙을 2병 사 왔습니다. 라벨을 보니 풋귤 100%입니다. 게다가 유기농 제품이라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풋귤즙 색깔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호감이 가는 색은 아니에요. 이런 색을 무슨 색이라 불러야 할지 정말 궁금하네요.
제품 정보가 라벨 양 옆으로 나와있습니다. 원재료명 풋귤 100%이면, 물은 하나도 안 들어간 오로지 풋귤만 들어간 제품이네요.
오른쪽 사진의 글을 보시면 '원료의 특성상 침전물이 생길 수 있으나 변질이 아니오니 안심하고 흔들어드십시오.'라고 쓰여 있어요.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압니다.
냉장고에 하루 넣어둔 사진이에요. 침전물이 가라앉아있네요. 저 침전물이 전부 풋귤인 겁니다. 약간 막걸리 느낌이 납니다.
색깔은 적응하기 어렵네요. 우선 풋귤즙만 마셨어요. 풋귤 자체만 먹었을 때 신맛이 강했는데, 이 풋귤즙은 처음엔 약간 씁쓸한 맛이 나요. 그러다 끝에서 신맛이 올라옵니다. 아마 과육만 먹는 맛과 통째로 착즙 한 맛이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물에 희석하여 마시기엔 심심할 것 같아요. 탄산수를 넣어서 에이드로 마셔보려고 합니다. 트레비 광고 아닙니다. 트레비 오랜만에 사봤는데, 몇 년 사이에 병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네요.
탄산수를 넣어줍니다. 풋귤즙과 탄산수 비율을 1 대 2 정도로 넣었어요. 참고로 이 유리잔은 프릳츠 성산에서 플리마켓 열렸을 때 사온 겁니다. 아주 잘 쓰고 있어요.
대충 만든 풋귤즙 에이드입니다. 풋귤즙만 마셨을 때보다 더 나아졌어요.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합니다.
대부분 맛없다고 하실 것 같은 맛이에요. 단맛은 적고, 씁쓸해서 시중 음료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싫어하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풋귤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풋귤로 만들었으니까요.
제주 직장인 첫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풋귤 점검 다녀와서 풋귤을 먹어보고 풋귤즙을 사 와서 마신 무탈한 하루였습니다. 다음은 어떤 주제로 올지 모르겠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 뵐게요.